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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문라이트 Moonlight 성장통에 대하여

by 김유로01 2022.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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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성장영화이다. 하지만 여타 성장 영화와는 자못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다. 보통 성장 영화는 주인공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을 극복하고 원하던 바를 이루어내는, 밝고 따뜻한 톤의 영화가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제목이 의미하는 밤의 달빛과 같이 차가운 톤을 유지하고, 영화의 결말까지 가서도 주인공이 무언가 성장했다고 직관적으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왜, 어떻게 성장영화일까.

 

 

주인공은 리틀이자 샤이론이며 블랙이기도 하다. 그는 항상 고민한다. 어머님이라는 존재와 친구들의 괴롭힘 속에서, 또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서, 진짜 나와 보이고 싶은 나 그 사이에서 말이다. 즉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아픔, 흔히들 말하는 ‘성장통’에 괴로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성장통이란 말은 참 얄궂은 말이다. 성장통의 사전적 의미는 “3~12세 사이의 성장기 아동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하지 통증으로, 특별한 치료 없이 괜찮아진다”이다. 신체적인 의미의 성장통은 특별한 치료 없이 괜찮아질 수 있다고 한다지만 정신적 의미의 성장통은 결코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색감이 미쳤다;;

 

누구나 유년기의 혹은 청년기의 성장통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극복해내었고 누군가는 모른 채 하거나, 아니면 평생 안고 살아간다.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 리틀과 샤이론의 상처를 여전히 지니고 성인이 된 그를 보면서 덩치만 큰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블랙을 보면서 느끼는 이 감정이 참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우리는 꿈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현실에 수긍할 줄 알거나, 힘들어도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 있을 때 ‘어른’이 된다는 표현을 사용할 때가 있다. 후자의 경우,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아픔, 시련을 그저 ‘성장통’이라는, 그 아픔의 가치를 온전히 담지 못한 단어로 포장하여 어서 털어내야 할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 아픔에 익숙해지거나 무뎌질 때쯤 우리는 ‘어른이 되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겉모습만 어른인 가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블랙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다. 남들이 현실에 치여 정신없이 달릴 때, 끊임없이 자기를 찾으려 하고 스스로의 감정에 고민한다. 만일 그가 어릴 적의 상처를 그저 생각만 하고 괴로워했다면, 그는 정말로 성장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블랙은 앞으로 나아갔고 갑작스레 닥쳐온 자신의 상처, 케빈을 무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찾아가고 마주한다. 그리고 그는 가짜 어른이 아닌 진짜 어른이 되었다. 이 영화는 난관을 극복하고 멋있는 어른이 된다는 일반적인 성장 영화와는 다르게 말한다. 모두 아파하며 어른이 되며, 그 성장통은 유년기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고.

 

 

블랙은 충분히 케빈의 연락을 받고도 피했을 수도 있었다. 마치 리틀이 자신의 엄마를 피하고, 샤이론이 자신을 괴롭히던 애들을 피했던 것처럼. 하지만 블랙은 피하지 않았고 아픔을 마주했다. 지나간 상처, 케빈을 다시 마주할 수 있도록 ‘성장’한 블랙의 이야기, 결국 아름다운 성장 영화였다.

 

시각적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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