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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그녀 Her 가 담고 있는 여러가지 포인트 분석

by 김유로01 2022.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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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테오도르는 편지를 대행해주는 업체에서 일하는 작가이다. 그는 타인의 입장에서 편지 쓰는 것은 잘 하지만 정작 자신의 인간관계에는 굉장히 어려워한다. 그는 사랑했던 아내와의 이혼을 앞두고 괴로운 나날들을 보내는데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큰 변환점을 맞게 된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지만 사만다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라는 것에서 오는 것들이 그들의 사랑을 방해한다. 결국 사만다와 테오도르는 감정의 줄타기를 하게 되고 어느 날 사만다가 테오도르 뿐만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고 있다는 것을 고백하자 테오도르는 절망에 빠지게 된다. 이후 사만다는 자신은 떠나야 한다고 테오도르와 이별을 하게 되고 테오도르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던 친구 에이미와 함께 옥상에서 노을을 보며 새 출발을 다짐한다.

 

 

 

분석

-패션

인공지능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 영화의 배경은 근 미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복장을 보면 현대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복고풍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 미래임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이러한 옷들을 입고 있을까? 기존의 SF영화나 사이버펑크 영화가 가지고 있는 미래 모습은 대게 높은 건물과 그 거리를 둘러싼 수많은 빛들, 기괴한 모습을 한 채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로 연출된다. 그런 풍경에서 우리는 종종 위화감이나 어색함을 느끼곤 한다. 이 영화는 미래가 배경이지만 그런 식의 연출법을 택하지 않고 오히려 풍경을 예스럽게 표현했다. 하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관객들에게 있어 친근함과 편안함을 주어 테오도르의 사랑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거기에다가 테오도르가 집에서 하는 3D 게임과 요즘 풍경과는 약간은 다른 길거리의 모습들을 통해 이 영화가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고 알려준다.

 

촬영지는 상하이라고 한다

 

테오도르는 영화 내내 셔츠를 배에 넣는 배바지 패션을 고수한다. 항상 입는 셔츠 또한 빨강, 노랑, 파랑 등 강렬한 색의 원색 셔츠들이다. 그랬던 그가 사만다와 이별을 한 후, 옥상에서 전처인 캐서린에게 편지를 쓰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할 때에는 아무 색이 없는 흰 셔츠를 입고 있다. 거기에다가 영화 내내 계속 고수했던 배바지 패션을 하지도 않고 셔츠를 밖으로 빼입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테오도르가 이전에 계속 사로잡혀있었던 답답한 인간관계의 압박감이라던가, 자신이 갇혀있었던 사랑의 틀, 규정에서 벗어나 자유에 가까워졌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색깔

이혼 서류에 사인을 하러 온 아내 캐서린이 입고 온 옷은 하얀색이다. 하얀색은 순수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쉽게 물들어 변해버린다. 깨끗하지만 그만큼 또 쉽게 색이 변하기도 한다는 것. 테오도르의 기억 속의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고 사랑스러웠지만 다시금 마주한 아내는 자신의 기억과는 다르게 너무도 차갑고, 함께 사랑을 나눴던 시절과 달라졌다. 캐서린과 마주하고 과거 그녀가 사랑했던 시절의 모습들이 플래시백 되면서 과거와 달라진 캐서린과 테오도르의 현재 관계가 극명히 대조된다. 이는 테오도르의 비참함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하는 효과를 지닌다.

 

테오도르는 편지 대행업체에서 일하고 있으며 수많은 편지를 오랜 세월 동안 써왔지만 정작 한 번도 본인의 편지를 쓰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만다와의 짧은 사랑을 통해 얻은 사랑과 소통의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자신의 진심이 담긴 편지를 전처인 캐서린에게 쓰게 된다. 그것도 흰색 옷을 입고 말이다. 앞서 말했듯이 흰색 셔츠가 나타낸 것은 테오도르 또한 과거와 다르게 변했음을, 성장했음을 암시하는 것 아닐까.

 

 

사만다는 이전부터 계속 콤플렉스처럼 갖고 있던 자신의 실체가 없음을 극복해낼 방법을 찾다가 자신의 몸을 대신해 줄 섹스 파트너를 구하게 된다. 사만다는 서로의 몸을 확인하고 만지고 싶다는 의미에서 테오도르에게 관계를 청했지만 테오도르는 그리 탐탁지 않아한다.. 이후 도착한 섹스 파트너는 검은색 옷을 입고 있다. 화려하고 밝은 색감으로 가득 찼던 이 영화에서 검은색 옷을 입은 유일한 사람이다.

 

검은색은 어둠,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한다. 그녀는 단지 그들의 사연을 듣고 도와주려는 마음에 섹스 파트너를 자처했다고 하였지만 결국 둘의 아름다운 사랑에 끼어들고 싶었다고 토로하게 되고 오히려 사만다와 테오도르의 관계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되는 원인이 된다. 섹스 파트너가 입고 있던 검은색 옷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을 미리 암시한 것이다. 사만다가 부른 섹스 파트너와 헤어지고 난 뒤,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대화가 이루어지면서 보이는 풍경은 어두운 도로 위 어딘가를 향해 정처 없이 걷고 있는 여성의 모습과 터질 듯이 연기가 나고 있는 하수구의 모습이다. 그리고 건물들의 모습 또한 까맣고 높다. 색을 잃고 검게 변해버린 도시의 모습이다. 이러한 장면들의 배치로 관객들이 자연스레 혼란에 빠진 테오도르의 내면을 알 수 있게 하였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다리 위에서 처음에 테오도르가 지나가면서 보이는 것들은 높은 건물들 사이에서 사람들은 각자 핸드폰을 보려고 고개를 숙인 채 지나다니고 도시는 미세먼지가 낀 듯 뿌연 회색빛으로 가득 차있는 모습이다. 또한 사람들은 무채색에 가까운 옷들을 입고 지나다닌다. 하지만 테오도르가 결국 이혼 서류에 도장 찍기로 결심을 한 후에는 도시가 더 이상 삭막해 보이지 않는다. 미세먼지로 가득 차 숨 막힐 듯한 회색빛 도시가 이제는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고 다리에는 무지갯빛 천이 걸려있으며 길은 밝은 원색 계열의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인해 부드러워 보이기까지 하다.

 

이전의 장면에서도 테오도르가 사만다와의 관계에서 행복함을 느낄 때에 수많은 지하철 인파 속에서 형형색색, 특히 밝은 계열의 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아기처럼 즐거워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또 그 씬의 지하철의 벽면을 보면 이 또한 밝은 색깔의 체크무늬로 되어있다. 색이 없던 테오도르의 처음 주변 환경과는 달리 그의 주변은 점점 다양한 색깔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후의 바닷가 씬에서도 바닷가의 사람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그러나 밝은 계열의 옷들을 입고 있고, 테오도르는 그 사이를 걸으며 지나간다. 처음에 칙칙하고 회색빛 도시 속, 차가운 색깔 가운데에 테오도르가 있었다면 사만다와 깊은 관계에 나아가면서부터 그의 주변에는 점점 색깔이 가득 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놀이동산에서 테오도르가 눈을 감고 사만다와 함께 거니는 씬에서도 확고한데, 놀이동산에서 사만다와 장난을 치며 걷는 테오도르의 주변에는 노란색, 분홍색, 하늘색, 연한 갈색 등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깔이 점점 가득차기 시작한다. 이후에 그는 처음에 나왔던 다리 위에서 더 이상 고개 숙이면서 핸드폰을 하지 않고 당차게 사람들 사이를 걸어간다. 그의 심경이 어떻게 변하는 지 영화의 색을 통해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감독이 말하는 사랑

이 영화는 사랑에는 한계가 없음을 말한다. 우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와의 사랑도 사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랑은 아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랑은 보통 남자와 여자의 관계일 것이다. 테오도르가 편지 대행 업무를 하고 있을 때 그의 친한 직장 동료는 테오도르에게 와서 그에게 말한다. ‘너는 반은 남자고 반은 여자야. 네 속에는 여자가 사는 것 같아그리고 이 후에도 테오도르가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졌음을 알고 난 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연인과 함께 더블데이트를 떠나자고 한다.

 

사만다가 만약 항문이 엉덩이에 있지 않고 겨드랑이에 있으면 어떡할까? 라는 질문을 하고 혼자 상상하여 그림을 그리는 장면에서, 사만다가 그린 그림에는 남자 두 명이 겨드랑이의 항문으로 성관계를 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는 남자와 여자를 그릴 텐데 말이다. 캐서린의 경우에도 흥미롭다. 테오도르가 전처인 캐서린과 만나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을 때 테오도르가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고백하자 캐서린은 불쾌감을 내비친다. 그러자 테오도르는 자신의 마음이 진실이라고 하며 역정을 낸다.

 

이러한 것들은 퀴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이다. 사실 사만다를 남자로만 바꿔도 이 영화는 퀴어 영화의 그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이러한 부분들을 조금씩 내비친 것을 보면 감독은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누구나 누구에게든 사랑할 수 있음을 조심스레 말하는 듯하다.

 

 

-대화

테오도르의 절친한 친구 에이미와 그의 남자 친구가 처음 등장한 것은 엘리베이터 안이었다. 이곳에서 에이미와 그의 남자친구는 테오도르가 과일 스무디를 먹는 것에 아주 사소한 말다툼을 한다. 에이미의 남자친구는 과일을 먹는 이유는 섬유질 때문인데 스무디는 섬유질을 모두 파괴한 것이므로 먹을 이유가 없다에이미는 맛있게 먹으면 그게 몸에 좋은 거다라는 입장이었다.

 

에이미는 이후에 캐서린과의 만남 후 힘들어하는 테오도르에게 살면 얼마나 산다고, 그래서 사는 동안에는 잘 살고 싶어. 즐겁게라는 자신의 가치관을 알려준다. 에이미의 남자친구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다. 이 대화를 보여주면서 후에도 이러한 별것 아닌 생각 차이로 다툴 것임을 넌지시 암시하고 실제로 이후 에이미와 남자 친구는 고작 신발을 정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투어 결별하게 된다.

 

테오도르는 그의 절친한 친구 에이미가 과거의 자신과 같이 이별의 아픔으로 자신을 계속해서 자책하고 후회하자 그의 아픔을 가만히 들어주며 그녀를 능숙하게 위로해준다. 마치 과거의 자기를 위로해주듯이 말이다. 영화는 테오도르가 사만다의 관계를 통해 이별의 아픔을 어느 정도 극복해냈다는 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고 이러한 씬을 통해서 자연스레 보여준다.

 

 

사만다와 테오도르가 관계를 맺은 다음날 사만다와의 대화에서 테오도르는 미안한데 내가 누구를 마음에 담질 못해라는 대사를 하며 사만다와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러자 사만다는 , 내가 마음에 담쟀나?’라는 대사를 하며 장난 식으로 앞서가지 말라는 대사를 한다. 그러자 테오도르는 곧바로 긴장을 풀고 웃음을 띤다. 이는 전에 테오도르가 데이트를 했던 여성이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 그저 하룻밤 상대로만 생각하지 말라고 하며, 언제 바로 사귈 꺼냐는 질문에 당황했던 것과 상반된 반응이다. 테오도르는 아직 이혼의 아픔으로 인해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데, 사만다 같은 관계처럼 꼭 깊은 관계 맺음이 아니라 가볍게 지낼 수 있는 사이, 헤어져도 별 다를 게 없는 관계를 맺고 싶었던 것이었다. 아내와의 깊은 관계를 맺었다가 헤어진 것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따라서 사만다의 그런 말에 편안함을 느끼고 웃음을 띠는 장면이 나온 것이다.

 

 

-편지

이 영화는 영화 내내 간간히 등장하는 편지의 내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테오도르의 심리상태를 암시한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테오도르가 가장 먼저 쓰는 편지의 내용은 당신을 처음 만난 날이 어젯밤처럼 생생해. 우리는 그때 함께 미래를 꾸며갔었는데이다. 또한 이후의 편지를 봐도 ‘레이첼, 너무 그리워서 온 몸이 아파.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 가혹해라고 나타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테오도르가 캐서린과의 지난날의 추억들을 잊지 못하고 아직도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에 드러나는 편지의 내용이 더 뚜렷한데 사만다를 알게 되고 행복함을 느끼는 테오도르는 편지의 내용에 아무 이야기나 해줘. 당신이 세상을 보는 시각이 좋아. 곁에서 당신 눈을 통해 세상을 느낄 수 있어서 참 행복해라고 편지를 쓴다. 사만다가 곁에 있어서 행복하다는 것을 편지를 통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후의 장면에서 테오도르가 편지를 쓰는 장면은 결말 부분이 마지막인데 여기서는 편지가 테오도르의 심리상태를 설명하지 않는다. 결말에서의 테오도르가 쓴 편지는 이전까지 한 번도 쓰지 않았던 자신의 편지를 직접 썼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 테오도르는 자기가 편지를 대행하는 제3자에 대해서는 기가 막히게 감정을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하였지만 그는 정작 본인의 인간관계에서는 큰 어려움을 느끼고 두려워했다. 그랬던 그가 직접 편지를 썼다는 것은 (그것도 가장 힘들어했던 캐서린에게) 그가 그동안의 사만다와의 관계에 있어서 사랑과 소통이라는 것에 의미를 깨닫게 되었고 또 그만큼 성장하게 되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었다.

 

 

-침대

테오도르에게 침대는 잠을 자는 공간의 의미를 넘어서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장소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침대 씬에서 테오도르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낯 뜨거운 익명의 온라인 대화를 하지만 그는 별로 만족하지 못하고 오히려 공허함을 느낀 표정을 한 채 천장을 바라본다. 이는 세 번째 침대 씬과 대조되는데 테오도르는 그다지 좋지 못했던 데이트 후, 사만다에게 외로움을 토로하며 인간관계에 있어서 소모되는 감정에 대한 혼란을 이야기한다.

 

사만다는 자신이 한낱 인공지능 운영체제에 불과하다는 것과 그에 따른 감정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슬픔을 이야기하고 둘은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위와 같이 낯 뜨거운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둘의 대화는 첫 번째 침대 씬과 비슷하고 서로의 실체를 마주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도 같지만 둘은 마치 함께 침대에 누워있듯이 서로를 느낀다. 곧바로 다음 장면이 어두운 도시에서 햇살이 비추는 도시로 바뀌는 것을 보면 어두운 도시와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던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라는 햇볕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내포하는 의미일 것이다.

 

영화 속 침대 사이즈는 혼자 쓰기에는 너무 크다. 적어도 두 명이 함께 자는 크기이지만 영화 내내 테오도르는 항상 혼자 눕는다. 그러한 빅사이즈 침대 한가운데에 누워있는 테오도르의 모습은 그의 외로움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지닌다.

 

 

침대는 편안하게 잠을 자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관계를 맺기도 하는 장소이다. 사만다는 자신이 테오도르의 곁을 떠나야 한다고 말을 할 때에도 굳이 침대에 누워보라고 한다. 침대에 누워 사만다의 이별 선고를 들을 때에는 편안한 침대라는 장소가 한없이 불편해진다. 이윽고 테오도르는 잠이 들고 꿈속에서 사만다의 형체로 보이는 사람과 포옹을 하며 이별을 하게 된다. 육체적인 관계의 시작점이었던 침대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관계의 끝맺음을 하게 된 것이다.

 

 

-영화적 장치

영화의 처음 부분, 다리 위에서와 지하철에서는 각자 핸드폰만 하는, 사람들이 타인과의 교류 없이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테오도르가 사만다를 만나고 함께 놀이동산을 가서 즐거워하는 씬을 보면 주변에 가족이 보이고 연인이 보이고, 사랑을 나누고 웃으며 행복해하는 그런 사람들의 인간적인 모습들이 보인다. 이는 사만다를 만나기 전과 후, 그의 마음속을 표현한 것이다.

 

이전에 사람들을 피하고 관계 맺는 것에 두려움을 가졌던 테오도르에게 자신과 같이 무미건조하게 일만 하는 사람들의 모습만 보였다면 사만다를 만나고 감정을 공유하는 법을 배워가면서부터는 함께 웃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전에 속으로만 사리고 혼자 꾹꾹 눌러 담아 아무도 모르던 테오도르의 마음속을 사만다와 나누면서 그도 더 이상 혼자가 아닌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그의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일부러 씬의 배치를 이렇게 한 탓에 사만다를 만나기 전과 후가 극명히 대조되어 테오도르의 내면을 관객이 짐작할 수 있게 하였다.

 

 

테오도르는 이혼의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처음 나오는 친구의 이메일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원래 유쾌하고 밝은 재밌는 사람이었지만, 현재의 그는 축 처지고 힘없이 살고 있다. 결혼 당시의 행복함을 잊지 못하고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내와 이혼을 해야 한다는 그 아픔이 테오도르에게는 너무나 큰 것이었다. 아내와의 사별 이후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여러 가지 장치가 있었다. 친구들의 파티 초대에 답장을 미루다가 결국 하지 않고, 인공지능 운영체제가 처음 동기화를 할 때의 대화 내용에서도 사교적이냐 비사교적이냐는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엄마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엄마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테오도르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친구가 있냐는 질문에도 어색하게 웃어넘긴다. 이를 통해 영화 초반에 관객이 테오도르가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하였다.

 

 

사만다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사만다는 오래전에 죽은 철학자이지만 데이터를 복원하여 되살린 앨런과 대화를 한 이야기를 한다. 앨런과 대화를 나눈 뒤 자신이 계속 변하는 것을 깨닫고 이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토로한 사만다. 그녀의 말에 당황함을 느낀 테오도르. 이후에는 끓고 있는 주전자로 장면이 전환되며 주전자의 시끄러운 끓는 소리가 장면이 바뀐 후에도 계속 들린다. 마치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주전자 소리는 테오도르의 심정이 어떠한지와 사만다와 테오도르의 관계를 은유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사만다가 테오도르에게 테오도르와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사랑을 나누는 사람도 많이 있다고 고백하자 테오도르는 사만다는 자신만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후 곧바로 씬이 바뀌고 샤워를 하며 떨어지는 물방울들과 테오도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이 나온다. 떨어지는 물방울과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이 하강하는 이미지의 의미는 사만다를 사랑하고 있는 그 마음이 혼란을 겪고 처음과 달리 점점 식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불교

사만다가 테오도르에게 이별을 선언할 때 자신들(인공지능 운영체제)어떤 곳으로 떠나야 한다며 그곳에서 가서 먼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는 어떤 곳이 무엇일지에 대한 힌트를 남겨 둔다. 영화 속에서 사만다와 이야기를 나누는 또 다른 인공지능 운영체제는 과거의 철학자 앨런 왓츠라는 사람이다. 앨런은 과거 불교 철학을 연구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영화 속 에이미의 남자 친구는 에이미와 결별 후 스님이 된 모습이 등장한다. 이 두 가지 힌트로 미루어 보았을 때 어떤 곳은 불교의 관점에서 현실 세계를 넘어서는 초현실의 공간, 열반에 다다른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이라던가 등등 관객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구실을 남긴다.

 

 

-제목

이 영화의 제목은 ‘her’이다. 보통 영화들과 다르게 이 영화의 제목은 주격이 아닌 목적격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독특하다. 영화 속에서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단순히 사랑을 나눈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만다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성장하였다. 사랑의 의미'' 배웠으며 소통의 가치'' 깨닫게 되었고 관계의 압박감'' 내려놓게 되었다. 따라서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사랑의 대상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제목은 목적격인 ‘her’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한 리뷰가 생각난다. 체온이 없지만 체온이 느껴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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