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힘? 개뿔!


 긍정은 좋은 것이다. 여기에 반대 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긍정은 좋은 것으로, 부정은 나쁜 것으로 여겨진다. 인터넷 서점에서 '긍정'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300여권의 책이 검색된다. 그중 절반 가량이 자기계발서이다. 긍정적인 아이로 키워준다는 동화책도 수십 권이다. 성공을 이야기하는 자기계발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손님이 바로 긍정의 힘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하라!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 여기에 대한 나의 대답은.....X까!

 나는 우리 사회가 이야기하는, 자기계발서에서 찬양해 마지않는 '긍정'을 싫어한다. 성공의 비결이 긍정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자기계발서에서 이야기하는 긍정을 무조건적으로 믿었다가는 믿는 도끼에 발등만 찍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내가 긍정을 '까는' 것이 곧 내가 부정을 대안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단지 '맹목적인' 긍정을 혐오할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한쪽으로 치우쳤다. 긍정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맹목적인 추종에 이르렀다. 그래서 나는 단지 균형을 잡고 싶을 뿐이다.



 위의 사진에서 물은 '반밖에 없는걸까?' 아님 '반이나 있는걸까?' 정답은 그냥 반이 있는거다. 물론 이 상황에서 반밖에 없다고 불평하는 것보다는 반이나 있다고 긍정하는 것이 낫다. 이 정도의 긍정은 애교로 봐준다. 적어도 물이 반이 남아있다는 객관적 사실은 인지하고 있으니까. 상황을 제대로 인지한 상태에서 조금 더 낫게 바라보는 정도의 긍정이 내가 생각하는 긍정의 마지노선이다.

 


 그럼 이건 어떨까? 당신은 열심히 일했던 회사에서 예고도 없이 해고를 당했다. 그런 당신에게 사회는 말한다. '그것은 당신에게 또다른 기회다!'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여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등등,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 무엇인가를 교묘하게 가리고 있다.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가려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AT&T사는 2년 동안 1만 5천명을 정리 해고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한 날 샌프란시스코 직원들을 '성공1994'라는 동기 유발 행사에 보냈다. 행사의 주연급 연사였던 지그 지글러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당신의 잘못입니다. 체제를 탓하지 마십시오. 상사를 비난하지 마십시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열심히 기도하세요."

 

 이건 도를 넘어선 긍정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 역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해고를 당한 것이 전부 나의 잘못만은 아니다. 내가 일자리를 못 구하는 것 역시 나의 잘못만은 아니다. 그러나 긍정은 다 된다고 속삭이고 있다. 전부 나의 생각과 노력만으로 이겨내고 성취할 수 있다는 말은 곧 안 되면 전부 나의 잘못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러니 불평, 불만은 허락되지 않는다. 오로지 긍정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현실을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선과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조차 가리게 만든다면, 그러한 긍정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자기최면, 마인드 컨트롤, 생각 조절 등, 자기계발에서 제시하는 강요되고 훈련된 긍정적 사고는 사실 고의적인 자기기만에 불과하다. 그것은 불쾌한 가능성과 부정적인 생각을 억누르고 차단하려는 쉼없는 노력을 요구한다. 참으로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 이 세상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이해한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통제하거나 검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긍정적 사고는 외부로 향해 있던 경계의 방향을 내부로 돌린 것에 불과하다. 사고가 나거나 일자리를 잃을까봐 걱정하지 말고 그런 부정적인 예상 자체를 경계해 쉼 없이 교정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맹수들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들판에서 맹수들을 경계하지 말고 자신의 두려운 마음을 경계해 없애라고 촉구하는 꼴이다.


 역사학자 도널드 마이어가 지적했듯이 긍정적 사고는 기분을 고양시켜 주는 것들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불가능에 대한 전망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통제에 반발하는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감시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우리가 내려놓아야 할 짐에 불과하다. 구명구라도 되는 듯 여기지만 긍정적인 '생각 통제' 노력은 잠재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가로막고, 중요한 정보로부터 우리를 분리시키는 치명적인 부담이 되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긍정적 사고도, 부정적 사고도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다. 비판적 사고란 본질적으로 회의를 품는 것이다. 어떤 사태에 처했을 때 자신이 원하는 감정의 안경을 쓰고 상황을 왜곡되게 바라보고 받아들이지 않고,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받아들여 사고하는 것이다. 이 세계의 모든 것들은 우리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인과관계, 개연성, 우연이라는 자체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인다. 내가 긍정적인 생각만을 한다고 해서 돈이 나에게 끌려오지 않는다. 내가 긍정적인 생각만을 한다고 해서 일자리가 나아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것들은 나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그들 자체의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인다.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긍정적 사고가 상황을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선과 개선을 위한 노력조차 가리게 만든다면, 그러한 긍정적 사고는 결국 나의 발등을 찍게될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 당신에게 긍정적 사고를 강요한다면, 그것이 나의 객관적인 시선과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가리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것이 긍정에게 배신을 당하지 않는 길일 것이다.


<참고도서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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