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1%의 우연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미국의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은 1900년대 초 심리학 역사에 길이 남을 실험을 시작했다. 터먼은 전세계에서 사용하는 표준형 IQ검사인 스탠퍼드-비네을 만든 학자다. 터먼은 IQ가 135이상인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아이들 1500명의 삶을 1928년부터 기록해 나갔다. 각 아이들마다 서류철을 하나씩 만들어 그 안에 아이들 삶에 관한 모든 것을 상세히 기록했다. 아이들의 건강, 성품, 관심사, 집안의 관계, 심지어 부모가 소유한 책(평균 300권) 등등, 기록은 아이들이 죽을 때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선택된 아이들은 자라는 동안 정기적으로 그들의 상태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성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정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한 달 수입은 얼마인지, 결혼 생활은 행복한지 등등이 체크되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의 삶을 그리도 자세히 조사하고 기록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터먼은 왜 그런 실험을 실시했을까?


 터먼은 IQ의 신봉자였으며 날카로운 이성이 인간이 소유한 가장 가치있는 특성이며, 인생의 경로는 예측 가능한 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그것을 증명하고자 실험을 실시한 것이다. 그는 지능이 삶의 성공을 좌우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요소라고 확신했다. 만약 그의 믿음이 옳다면 실험대상이 된 아이들이 그것을 증명해 줄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인생의 경로를 예측할 수 있다는 터먼의 꿈은 날아가버렸다.


 아이들 중에는 헐리웃 스타도 있었고 학자도 있었으며 유명한 언론인도 있었다. 터먼의 아이들은 열 명 중  한명 꼴로 유명인이 되었다. 그러나 노벨상이나 퓰리처상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영재들의 수입은 미국인 평균보다 높았으며 건강 상태도 평균 이상이었고 자살률은 평균보다 낮았다. 그러나 그들에 관한 서류들에는 심리학자들의 기대에 맞지 않는 운명들이 너무 많이 기록되어 있었다. 좌절하거나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이 허다했다. 경찰, 타일공, 청소부 등 영재성이 특별히 요구되지 않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능은 결코 인생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므로 '인생의 성공에 있어 중요한 것은 타고난 지능이 아니라 노력이다!' 라는 감동적인 결론을 이끌어 내고 싶지만, 그것 역시 개뿔! 헛소리다! 에디슨의 명언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를 두고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99%의 노력도 1%의 영감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애초부터 물이 없는 곳을 죽어라 판다고 물이 나오지는 않는다. '1%의 영감'을 무엇으로 해석하든지 간에 에디슨 명언의 진짜 의미는 이렇다고 생각한다. '99% 노력의 결과는 1% 영감에 의해 결정된다.'





 루이스 터먼의 사례를 가지고 에디슨의 명언을 살짝 바꿔보겠다. '인생은 1%의 우연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즉 우리의 인생은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99%만큼 노력해도 그 결과는 1%의 우연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좀 우울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말은 아니다. 핵심은 우리의 노력이 우연이라는 녀석때문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거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그전에 한 가지 짚고 가자. 위의 터먼의 사례를 보고 터먼이 지능에만 국한해서 연구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의 여성 사회학자 캐럴 톰린슨과 제시카 고멜은 이런 의문을 가지고 다시 한번 터먼의 자료들을 가지고 연구에 들어갔다. 그들은 집안, 유년시절, 인격, 목표 등 성공을 예측하는 13가지 기준을 마련했다. 지능이 아니라면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을 종합해서 인생의 경로를 예측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적이었다. 삶의 목표, 사교성 등이 어느 정도 미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극히 제한적이었다. 결론적으로 한 인간의 미래를 예측하고자 했던 터먼의 프로젝트는 수포로 돌아갔다. 




 자신이 머나먼 삼국시대 어느 산골 마을에서 나무꾼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생각해보자. 그 시대에는 옆 마을에 가는 것조차 어려웠고 대부분의 삶이 그 마을안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마을에서 지냈을 것이다. 나무꾼의 아들로 태어난 나 역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나무꾼이 되어 생계를 이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이 마을에서 최고의 나무꾼이 될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삶의 반경이 극히 제한적인만큼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다. 나의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충분히 예상가능하며 그것을 얻을 수 있다. 


(우연의 의미는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간단히 '의도하지 않은 일'이라고 하자. 가령 자신이 친구와 만날 약속을 하고 길에서 만난다면 놀라지 않겠지만, 약속하지 않은 친구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 놀라워 한다.


 이제는 자신이 지금의 시대에 중소기업 사장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생각해보자. 아버지의 뒤를 이어 회사의 사장이 되었고 전세계 1등 회사가 될 꿈에 부풀어 있다. 그 꿈을 위해 하루 18시간씩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세계 글로벌 회사들이 한국 시장을 잠식하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고전을 거듭하면서도 치열하게 노력해서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정책이 바뀌어 그동안 받아왔던 혜택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재료를 수입해 오던 나라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재료 수입에 큰 차질이 생겼다. 거기다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해 은행 대출도 더이상 어려워졌다. 결국 회사는 파산했다.


 회사 파산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은 뭘까? 물론 알 수 없다. 너무나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의 노력과는 별개로 너무 많은 우연들(의도하지 않은 일)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우연들 때문에 노력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과거 나무꾼의 삶과 지금의 삶에서 우연의 역할 차이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



 

 당구대 위에 공들이 굴러다니지만 각각의 공별로 구역이 제한되어 있다. 자신에게 할당된 구역만 굴러다닐 수 있다. 이 경우 다른 공과 만나는 일(우연)은 일어나지 않는다. 과거의 삶은 이와 비슷했다. 자신의 삶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었기에 자신의 삶의 모습이 예측 가능했다. 어디서 태어나는지에 따라 가질 수 있는 직업의 종류도 제한되었고, 결혼 상대자의 물망에 올릴 수 있는 신붓감 또는 신랑감의 수도 제한되어 있었다. 따라서 우연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가 적었고, 자신의 노력에 따른 결과도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위의 당구대에는 경계가 없다. 모든 공들은 어디든지 굴러갈 수 있다. 그래서 다른 공과 만나는 일(우연)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지금의 삶은 이와 비슷하다. 이제는 전세계 어디서든지 일할 수 있고, 전세계 누구와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 기술의 발달로 노동 구조도 변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기업이 지구 반대편 경쟁기업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몰락할 수도 있다. 사스나 에이즈 같은 전에 없던 전염병들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지구 반대편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즉각적으로 전세계 나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경계가 허물어진 지구 위를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움직이며 저마다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연이 생기지 않는 것이 오히려 기적이다. 수십 년 전 헤어진 친구를 지구 반대편에서 '우연히' 만날 수도 있고,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다 '우연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연결되는만큼 더 많은 우연들이 우리의 삶에 개입한다. 이제는 한 사람의 삶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또한 노력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 역시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복잡성과 우연이 증가하는만큼 가능성(기회) 또한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골마을에 태어났다고 해서 한평생 그곳에서 살 필요도 없고,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해서 농부가 될 필요도 없다. 한국에 태어났다고 한국에서만 살 필요도 없다. 일례로 현재 나의 가장 큰 수입원은 '프레지(Prezi)'라는 툴을 사용한 프레젠테이션 제작 서비스이다. 지구 반대편 헝가리의 한 벤처 회사가 만든 프로그램이 나에게 돈을 벌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나의 재능과 노력이 있었지만 먼저 '프레지'라는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그것이 가능했다. 


 우리의 인생은 1%의 우연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1% 우연이 99% 노력의 결과를 결정한다. 세상이 너무 복잡해졌기 때문에 그만큼 우연의 역할이 커져 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99%의 노력을 쏟는만큼 그 노력의 결과를 좌지우지할 우연에 열려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그러한 변화로 인해 나에게 다가올 우연, 그리고 그 우연과 함께 찾아올 기회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살피는 것이 지금의 시대에서 우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될 것이다. 우연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그만큼 더 흥미진지하다. 


<참고도서 - '우연의 법칙' 슈테판 클라인, 웅진 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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